음악여행 - Pink Floyd - Another Brick In The Wall
벽이란 인간의 불신이 만들어 낸 발명품이다.
그것은 당신을 믿을 수 없다는 단절을 의미한다.
이렇듯, 현실에서 실체적 의미의 벽은 외부의 악으로부터 나를 방어하겠다는 보호수단으로써. 굳건한 시멘트 성분과 함께 안심을 주는 긍정적 의미도 있는 원론적 정의이지만 우리들 마음속의 벽은 어떤 의미로든 긍정적 의미를 함의하지는 않는 것 같다.
문이 소통을 위한 도구라면 벽이란 소통에 반발하여 생겨난 도구일 것이다.
소통이 시작되고 그것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벽을쌓고 그것은 다시 문을 만들고 완전한 불신도 폐쇄도 위험하다.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벽 또한 실체의 벽과 다를 바 없다.
그것 역시 억압과 불신 폐쇄 단절 따위를 매치시킨다. 한발 더 나아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사르트르의 소설 <벽>은 인간 실존이 최후에 궁극적으로 반드시 만나게 되는 죽음을, 극복되지 못하고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대칭시켰다.
벽을 쌓는다는 것과 허문다는 것은 얼핏 한끗차이같지만 곱씹어 보면 천양지차란 걸 알 수 있다.
나 어릴적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벽돌깨기 게임이 남아들 전유물이였다면 ,수 년 후 등장한 벽을쌓는 테트리스 게임은 여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이토록 반대되니 사내놈들이 그렇게 애를 먹는 모양이다.ㅎㅎ
내가 좋아하는 영국 프로그레시브 그룹 핑크플로이드의 1979년 작 "벽"<THE WALL>은 인간들에게 보내는 항의의 메시지로써 세속의 부조리 인생의 허무 따위를 노래하고 있다.
영화감독 알란 파커는 1982년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혼합해<THE WALL>을 그로테스크하게 설명하지만 환상과 실재가 불분명하게 뒤엉켜 있어 핑크플로이드의 아이덴티티를 모르는 이에게는 엄청난 혼란과 무료함을.(경우에 따라서는 욕지거리) 준다.
영화는 소년 핑크의 성장기를 통해
천민 자본이 만든 그들 규범의 악습을 그대로 복기해 나아가며 고발하는데.....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 간의 보이지 않는 벽.
이념과 이념 생각과 생각 차이에서 생기는 벽.
부리는 자와 고용된 자들 간의 벽.
종교와 종교 사이에서 생기는 벽.
개성을 말살하고 똑같은 규격과 일방통행만 강요하는 파시즘적인 학교교육 등을 은유적으로 비판, 표현하고 있다.(서태지의 교실이데아는 Wall에 수록된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표절 흉내 냈다)
특히 사람들이 자유를 억압하는 벽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나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고 있는 장면에서는 꼭 그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아 안절부절.
정말 답답함과 절망감마저 들 정도였다.
나 또한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실수와 무지 오류로 내 안의 벽을 쌓고 허물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벽들은 때론 사회가 만든 제도나 관습이었으며 혹은 나 자신 스스로가 만든 부질없고 의미 없는 마음의 벽 속에 갇혀 현재도 헤매고 있는 중이다.
그 벽들은 시시각각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또 극복되기도 하지만 여지없이 새로운 벽이 버티고 있어 꼭 미로 속의 생쥐 같다는 생각이다.
영원히 이 미로의 벽을 헤쳐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 속에 생을 마칠 것이라는 자괴감은 씁쓸하다.
입시철에 가장 큰 벽은 상급학교의 진학이며 그것이 극복되면 이번엔 군대라는 벽이 또 그것을 극복하면 사회라는 것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삶이란 장거리 마라톤 허들 게임인 모양새다.
우리들은 각자의 디자인을 가지고 생을 살아간다. 타자가 그 디자인에 맞지 않을 때 여지없이 나와는 상관없는 벽이 되어버린다. 타인은 나에게 벽으로 보이며 나 또한 그만큼의 답답할 정도의 벽으로 보이진 않을까?
난 가끔 이렇게 나 자신이 타인에게 얼마나 답답하게 비추어질까? 하고 자문할 때가 있다.
상대방이 벽창호라 느껴지면 나도 그에겐 벽창호가 되는 것이므로 누가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다
공통점은 서로 간의 플레이가 단절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우정을 맺는 것도 결국은 마음의 벽돌을 하나하나 허무는 과정일 것이다. 좋아하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서로 이해하고 견디어 내야 하며 서로의 벽을 극복해야 하는가?
자신의 벽은 그대로 이해되기를 바라며 타자의 벽에 힐난을 가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자기 무지이며 억지인가?
번화한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사회라는 이기주의와 폐쇄의 벽 속에 우리들 각자는 하나하나의 벽돌 같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고작 "담"과"문"은 한 끗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알 알면서도.